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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14년 8월 5일, 대영제국이 독일제국에 선전포고하며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.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 기숙학교 프레슈트의 동급생들에게 전쟁은 여전히 먼 이야기였다. 토론 동아리 소식과 학생들의 자작시, 학교 안팎의 시시콜콜한 소식이 실리던 학급 신문에도 전사자 명단과 추모 글이 하나둘 실리기 시작했지만, 몇몇 소년들에게는 전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. 서로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던 두 소년, 곤트와 엘우드. 곤트는 엘우드를 향한 강렬하고 금기된 감정에 시달리다 집안의 강요에 떠밀려 충동적으로 입대한다. 곤트를 그리워하던 엘우드도 곧 뒤를 따라 같은 부대에 합류한다. 메스꺼울 정도로 참혹한 참호 속에서 두 동급생은 그동안 감추고 외면해 왔던 감정을 마주하기 시작하는데…
2024년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작.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한 시대의 감수성과 젊음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냈다. 가상의 기숙학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, 전쟁을 낭만적 상상으로 소비하던 십 대 소년들이 실제 전장에 내던져지며 겪게 되는 급격한 인식의 전환과 내면의 균열을 따라간다. 작가는 20세기 초 모교인 말버러 칼리지 학생들이 발간한 학급 신문을 읽다가, 토론 동아리나 크리켓 기사 등으로 채워지던 지면이 전쟁 발발 이후에는 대재앙을 겪는 십 대 소년들이 다른 십 대 소년들에게 보내는 글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. 친구의 죽음을 겪고 애도의 시를 쓰다 끝내 자신도 전쟁에서 죽음을 맞은 이야기들을 읽으며, 저자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고 한다. 그들의 비극을 잊히지 않게 하겠다는 열망으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.